이손 (1997, 제주 출생)

사진매체를 중심으로 작업해 왔으며, 영상과 퍼포먼스등 시간 기반 매체의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겪었던 사건과 감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거나 분명한 언어로 말할 수 없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업을 해 온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그것들이 대부분 저의 가족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감각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풀 수 있을지, 타인에게 열린 것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곧 닥쳐올 최악의 순간, 단채널 영상, 1'10", 2020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최악의 순간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 예행연습

허수아비가 아버지, 단채널 영상, 1'22", 2020

길거리에 달라붙어 억울해하고 호소하는 거리의 유령들을 본다.

2과. 또렷하게 말하기, 퍼포먼스, 24'42", 2022

주어진 텍스트를 낭독합니다. 인터넷 브라우저는 낭독의 조언자로, 텍스트를 올바로 낭독하고 있는지 검사합니다. 단어 혹은 문장이 올바로 인식되지 않으면 잘못 인식된 부분을 반복해 낭독합니다. 단, 3번 이상 반복하지 않습니다.

모든 텍스트가 올바로 인식될 수 있도록 반복해 연습합니다. 몸에 익은 낭독의 습관을 버려야 할 수 있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음절 한 음절을 힘주어 발음합니다.

그럼에도 인터넷 브라우저가 텍스트를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뒤틀리며 기록되는 텍스트의 원형을 증언해 줄 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는 낭독의 증인이 되어줄 청중을 찾습니다.

해류병, 책(143페이지), 15.2cm x 21cm, 2021

해류병은 2019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사진 연작입니다

작업의 시작점은 서울과 안성 주변에서 마주치던 실종된 이를 찾는 현수막이었습니다. 이 현수막들은 낡으면 새것으로 교체되고, 디자인과 문구가 조금씩 달라지고, 이전에 있었던 곳에서 사라지거나 이전에 없었던 곳에 새로 걸리곤 했습니다. 당시 안성과 서울을 오가던 동선이 현수막들이 설치된 흐름과 맞물렸습니다.

가본 곳과 가보지 않은 곳을 조합해 이 현수막의 흐름을 조사했고, 흐름의 마지막 지점에는 그가 살던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격된) 동네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동네에 다시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바리게이트가 설치 되어 있었습니다. 바리게이트는 동네를 가로질러 둘로 나눴고, 바리게이트의 안쪽은 사막 같은 공간이 되어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이 교체되고 동선이 확장되어 가는 현수막 너머, 이 행위를 지속하는 의미와 감정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현재는 매월 보름달이 뜨는 날 그 동네에 찾아가 풍경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